내가 즐겨하는 것들/여행

베트남 푸꾸옥 여행 (여행준비 : 기내식, eSIM, 인천공항 스타벅스 쿠폰 할인, 인천공항 2터미널 탑승동 지도)

고군분투 2025. 1. 13. 00:58

Intro. 만 5세 자녀와 함께한 첫 해외여행

지난 2024년 12월 6일부터 10일까지 베트남 푸꾸옥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2월에 접어들면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가려니 더욱 기대가 되더군요. 물론 저보다 제 아내와 딸아이가 훨씬 더 들떠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희 딸은 태어나서 처음 해외를 나가보는 것이었고, 아내는 2016년 저와 결혼한 이후 8년 하고도 6개월 만에 가보는 해외여행이었거든요. 아내는 11년도에 입사한 이래로 마음이 맞는 단짝 동기와 함께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유일하게 삶의 활력이 되는 게 여행이었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짠돌이인 저를 만나 결혼을 해버렸고, 한 번 갔다 오면 수백만 원이 깨지는 해외여행을 결코 좋아할 리 없는 저 때문에 그동안 해외여행의 '해' 자도 못 꺼내고 살았던 거죠.

 

 

사실 제 아내도 저만큼이나 사치스럽지 않습니다.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었는데 아직까지도 남들 다 가지고 있는 명품백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아이 둘을 낳고 키우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복직 선물로 명품가방을 사주고 싶었습니다. 용돈도 모으고 출장비도 모으고 당직비도 기회가 되는대로 무작정 모았거든요. 하여튼 제 앞으로 떨어지는 자잘한 돈을 모으다 보니 입문용 핸드백을 하나 사줄 만큼의 돈이 모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둘이 마주 앉아 그동안 돈 모은 과정부터 작은 가방이라도 하나 사주겠다는 계획을 털어놓았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제 아내는 '명품 가방 별로 갖고 싶지도 않고 앞으로도 살 생각이 없으니 차라리 그 돈으로 해외여행이나 한 번 다녀오자.'라고 하더라고요.

가방이 더 티가 나는 선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본인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그럼 그러자고 했습니다. 신혼여행 이후로 해외를 못 나간 세월이 열 손가락을 다 채워가던 어느 날, 그렇게 원하던 우리 아내의 소원이 이뤄진 겁니다. 

베트남_푸꾸옥_지도
베트남 푸꾸옥 지도

여행준비

여행준비는 100% 제 아내가 짰습니다. 저는 MBTI 검사를 해보면 항상 계획적인 성향으로 나오는데, 제가 하고 싶은 일만 체계적으로 하는 성격이라 별로 관여를 하지 않았네요.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제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다음 여행은 제가 여행 계획을 짜서 가이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1. 항공권

항공권은 진에어로 예매를 했습니다 (물론 아내가). 저희가 예매할 당시에는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가격이 거의 2배가량 차이가 나서 대한항공으로는 도저히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비행시간이 여섯 시간 남짓으로 짧기도 했고 비엣젯처럼 연착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해서 적당히 타협을 보았습니다. 기내식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든 간식거리를 사서 탑승해야 돼요.

2. USIM 말고 eSIM

USIM은 바꿔 끼우기만 해서 간단한데 여행 중 분실할 위험이 있어서 상당히 번거롭더라고요 (제 인생 최초이자 마지막이었던 신혼여행에서 경험해 보았음). eSIM은 아이폰 환경설정에서 등록하고 설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일단 설치만 해두면 더 이상 신경 쓸 게 없어서 훨씬 좋았습니다.

eSIM_구매
베트남 eSIM 구매

 

2024년 12월 6일 : 첫째 날

오후 5시부터 비행기를 타기 위해 휴가를 내고 인천공항까지 부랴부랴 올라갔습니다. 늦은 오후 시간이 아니었는데도 금요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에 차들이 가득하더라고요. 가자마자 짐 부치고 면세점에 들러 예약 주문한 물품을 수령하고 나니 시간이 금방 흘러 탑승시간이 임박했네요.

탑승권에 기내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미리 주문을 할까 했는데, 기내식은 아이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비행기 탑승 직전에 공항 내에 있는 식음료 판매 시설을 이용했습니다.

사전에 알아보고 갔는데도 정신이 없어서였는지 눈에는 편의점이랑 스타벅스만 보였고, 아내와 아이는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랑 간식거리를 사는 동안 저는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습니다.

사실 쿠폰을 사용하고 싶어서 스타벅스에 갔는데 공항 내에 있는 스타벅스는 각종 쿠폰이나 할인이 적용되지 않네요. 이용하실 분들은 참고하셔서 저처럼 아까운 돈 날리지 마세요!

편의점에서 간식을 다 사고 보니 지천에 널린 게 먹을 것 파는 가게들이었네요. 아래 인천공항 탑승동 지도를 확인하셔서 미리 포인트를 알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천공항_2터미널_탑승동_지도_좌측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탑승동 좌측
인천공항_2터미널_탑승동_지도_중앙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탑승동 중앙
인천공항_2터미널_탑승동_지도_우측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탑승동 우측

식음료는 탑승동에서 구입한 것만 기내에 반입할 수 있어요. 면세점이 있는 여객터미널에서 구매하시면 수속 시 모두 버리셔야 하는 낭패를 겪을 수 있습니다.

비행기 탑승하러 가면서 미리 구매한 eSIM도 설치했습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사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eSIM을 설치하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꼭 출국하시기 전에 설치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나이는 서른 중반이지만 비행기는 여태 세 번 밖에 타보지 않은 촌놈이어서 그런지 비행기 타기 전에는 항상 긴장이 되네요. 사고에 대한 불안감보다 혹시나 늦어서 놓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늘 있는 것 같아요. 다행히 이번에도 아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늦지는 않았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해서 아이가 지루해하면 어쩌나 했는데, 아내가 준비한 꿀템 덕분에 저도 아내도 아이도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틀린그림찾기와 스티커 얼굴 꾸미기

다이소에서 구매했다고 하는데, 아이들 집중시키기에는 또 이만한 게 없네요. 저 어릴 적에도 신문지나 과자상자 안쪽에 그려져 있던 숨은 그림 찾기나 틀린 그림 찾기를 정말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있는데, 세대가 바뀌어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다 비슷한가 봐요. 저희처럼 핸드폰을 잘 안 보여주는 부모님이시라면 이것도 구매 추천드려요. 

스티커로 눈, 코, 입, 액세서리를 마음대로 붙여서 꾸밀 수 있는 스티커 책도 가져갔는데, 이것도 정말 좋아했어요.

긴 비행시간이었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푸꾸옥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더운 나라라 그런지 공항에 내리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귀찮은데 호텔 가서 갈아입지 뭐.' 하는 바보 같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출입국 수속만 생각하고 금방 입국수속을 마칠 걸로 생각했는데, 줄이 그렇게 길지 않았음에도 입국수속하는 데만도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네요. 덕분에 타이즈와 두꺼운 맨투맨 차림을 한 저는 너무 더워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푸꾸옥 공항에 도착하면 귀찮아도 무조건 갈아입으세요.

베트남_인터콘티넨탈_호텔_픽업_버스
베트남 인터콘티넨탈 호텔 픽업 버스

숙소에서 나온 픽업 버스를 타고 15분 남짓을 달리니 3박 5일 동안 묵을 인터콘티넬탈 호텔이 저 멀리 보였습니다. 호텔로 가는 길에 바깥을 보니 한국어로 되어 있는 간판을 정말 많이 보았는데, '우리나라 여행객이 정말 많이 오긴 오나보구나' 싶어 한참을 웃었습니다.

인터콘티넨탈_호텔_내부_연못
인터콘티넨탈 호텔 내부 연못

버스에서 내려 호텔로 들어서자 바로 프런트가 보였습니다.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대나무 컵에 내어준 꿀향이 가득한 달콤한 음료도 맛있었고 깨끗한 내부 환경이 참 좋았습니다.

호텔 객실은 복도식으로 되어있는데, 가운데에 이런 멋진 연못이 있어요. 제 종아리 만한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 헤엄쳐 다니는데, 그 모습을 넋 놓고 쳐다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 객실

호텔 객실은 로비만큼이나 쾌적하고 좋았습니다. 에어컨도 너무 덥거나 춥지 않았고 조명도 편안해서 머무는 내내 불편하다는 느낌은 단 한순간도 느끼질 못했네요. 사실 아이랑 호텔에 가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 아이가 답답함을 느끼곤 했는데, 방도 넓어서 객실 내부에서 활동하기도 매우 좋았습니다. 

베트남_인터콘티넨탈_호텔_샤워기_수질_확인
베트남 수돗물 수질 확인 (필터 연결)

짐을 풀고 손을 씻을 겸 수질 체크도 한 번 해보았습니다. 외국의 수돗물 수질은 우리나라만큼 좋지 못하다는 글을 하도 많이 봐서 반신반의로 필터 달린 샤워기를 가져갔는데, 두 손을 다 닦지도 않았는데 필터 색깔이 변하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여보!'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던 기억이 나네요.

필터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저 물로 샤워를 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몰라서 그렇지 신혼여행 (모리셔스) 갔을 때도 저랬겠죠. 피부가 약하거나 아이와 함께 가시는 분들은 필터 샤워기 꼭 챙겨가세요!

짐을 풀고 호텔 주변을 잠깐 둘러보니 금세 새벽 한시가 훌쩍 넘어 첫날의 일정은 모두 마무리하고 아침부터 있을 바쁜 스케줄을 위해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맺음말